
“저는 부족한 오병이어를 드렸을 뿐인데 예수님께서 기적을 이뤄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 교단 최조영 선교사(55세, 사진)가 의사로서의 보장된 미래를 내려놓고 무슬림의 땅, 알바니아 선교사가 되어 사역한 지 20년 만에 선교사로서 영예로운 언더우드선교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월 12일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제24회 언더우드 선교상 시상식에서 그는 “앞서 기라성같은 분들이 받은 이 상을 제가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상을 받기 위해 지원한 것은 두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며 “자식들을 타지에 보내고 20년간 헌신해 주신 양가 어머니들을 격려해 드리고 싶은 소망과 상금을 받아 선교지 청소년과 청년들을 리더로 키우는데 귀하게 사용하려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선교사는 받은 상금 3,000만원 전액을 알바니아 청소년아카데미 운영을 위해 내놓았다.

최조영 선교사는 “언더우드상을 저 개인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께서 알바니아계 무슬림 청년들을 제자로 삼으려는 우리 팀의 의도와 목표를 격려해 주시려 우리 팀사역자 모두에게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겸손한 말이지만, 사실 최조영 선교사의 선교 행보는 언더우드 선교 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춘천중앙교회 출신인 그는 시작부터 ‘선교사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된’ 준비된 선교사였다.
최 선교사는 고교 시절에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선교사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진짜 의사가 됐다. 그러자 하나님의 예비하심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동역자를 찾던 아내 홍정희 선교사를 만나 결혼하게 됐다.
‘선교’하려고 마음먹은 이들 부부는 목회자도 아닌, 집사로서 ‘교단 전문인 선교사’가 되어 2004년 알바니아에 파송됐다.
이때 최 선교사 부부는 초교파 선교 사단법인 GMP(Glonal Missions Pioneers)에도 속한 듀얼멤버십으로 파송받아 지금까지 폭넓은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의사’라는 타이틀은 현지에서 좋은 선교 접촉점이 되어 주었다. 최 선교사는 수도 티라나에 위치한 샬롬클리닉에서 무료진료하며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가난한 현지인들을 따뜻하게 돌봤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아내 홍 선교사는 돌봄 받지 못하는 현지 어린이들을 교회로 초청해 사랑으로 보듬었다. 무엇보다 선교사들과 힘을모아 팀사역을 진행하니 선교 시너지가 생겼다.
최조영 선교사는 “처음엔 진료에 무게를 뒀는데, 나중엔 현지인 리더를 세우는데 더 집중했다. 그 결과 양육받은 현지인들이 세운 현지 교회가 4곳으로 늘어났고, 2010년까지 현지인 리더들에게 교회와 사역을 이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에게 목회 이양을 마친 후에는 2015년 사역팀이 함께 티라나에 가나안교회를 개척해 현지인 리더를 세우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사역범위도 넓혀 무슬림이 더 많은 마을 밧소레 지역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활동을 하며 복음을 전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최 선교사와 팀사역 동역자들은 무슬림이 90% 이상인 더 척박한 복음의 불모지로 사역지를 넓혀갔다. 이들은 알바니아 북부 쿠커스와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등으로 눈을 돌렸고 지금은 쿠커스를 중심으로 청소년과 청년을 세우는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사역에는 20년 전 최 선교사 부부가 선교사역을 시작하며 돌보기 시작했던 어린이들이 대학생으로 자라나 무슬림 다음세대를 교회로 이끌고 복음 심는 사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의료사역은 접촉점은 될 수 있지만 사역을 할수록 무료진료를 하는 것만으로는 전도와 제자양육은 어렵다는걸 느꼈고, 앞으로 이 땅에 영적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음세대인 청소년과 청년을 크리스천 리더로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 선교사와 류병규 선교사 등 팀 사역자들은 미래세대를 키우는 청소년아카데미 사역을 주력 사역으로 정하고 청소년아카데미 개원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함께 5~6년전부터 한글교실과 미술수업 등 선교사들이 한 과목씩 맡아 현지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효과적인 사역 방향과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를 열기 전 효과적인 선교 모델을 찾기 위해서였다.
최 선교사는 “현지인들이 더 어릴 때, 젊을 때 복음을 접하고 받아들여 변화해야 크리스천리더가 될 수 있다는걸 체험을 통해 알게됐다”며 “어릴적부터 교회에 나온 무슬림 아이들이 지금은 든든한 대학생 동역자가 되어 헌신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이 능히 이루신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오랜 준비 끝에 최 선교사는 동역자들과 함께 지난해 10월에 ‘새벽이슬같은 청년’을 세운다는 목표로 쿠커스에 청소년아카데미를 문 열었고, 올해 초부터 소그룹 성경공부를 시작해 무슬림 청소년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있다.
현재 최 선교사는 매주 수도 타라나와 북부 쿠커스를 오가며 각 지역에서 무료진료를 하루씩 하고, 다른 날엔 말씀양육과 예배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최조영 선교사는 “한 공동체에서 리더가 세워지는 데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우리 가나안교회도 그랬고, 샬롬교회도 그랬다”면서 “사역의 열매가 더디더라도 하나님이 반드시 변화시키고 이뤄주신다는 것을 믿고 체험했다. 저는 그저 순종하며 맡은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댓글